'업어온다'라는 말은 어떤 계통에 종사하는 이들이즐겨 사용하는

전문용어로 그 뜻을 풀자면 '훔쳐오다' 혹은'몰래 가져오다' 등으로

갈음된다.

이런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걸로 보아 허탁이라 불린사내의 과거

경력이 어떠하다는 걸 미뤄 짐작할 수 있다.

"야! 누가 그걸 몰라! 어떻게 업어올지 그걸 묻고 있잖아!"

"그건…… 잘해야지요."

퍼억!

아직 삼십대임에도 불구하고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숱 덕분에 동료

들 사이에서 '백건서(白巾鼠)'로 통하는 허탁, 결국 솥뚜껑 만한 손바

닥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나뒹굴어야만 했다.

천장 구석구석마다 거미줄이 그득하고 바닥에는 먼지가 수북하며,

문이란 문은 죄다 부서진 어느 폐가의 와실.

그 가운데 품(品)자로 주저앉아 있는이들은 방금 얻어맞고 바닥

을 구르는 허탁, 허탁에게 일격을 가한 병첩산 '난입자사'의 주인웅

삼곤, 그리고 까무잡잡한 살결의 꼬마 계집아이, 이렇게 셋이었다.

"아이쿠, 두(頭)야!"